지난달 국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우리나라 법망을 흔들고 있다. 해외 기업인 애플의 정책이 국내 법과 상충되는가 하면,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는 어플리케이션의 편법 이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일변의 국내 법 제도가 IT-콘텐츠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론적 주장이 우세하다.
미심의 게임 유통,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애플이 제공하는 오픈마켓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플리케이션은 단연 게임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후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로드한 횟수는 20억건이 넘는다.
하지만 한국 앱스토어엔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게임을 이용하려는 대다수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해외 앱스토어로 접속해 게임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모든 게임물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도록 규정한 우리나라 현행 법을 애플이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게임물이 '편법'을 통해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유통되고 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서 인기 있는 100개의 어플리케이션 중 게임은 약 30여종이다. 여기에선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고포류 게임이 애플사의 규정에 따라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게임으로 유통된다. 특히 앱스토어는 이용자가 직접 기기에 입력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성인 게임물도 모든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사업자들이 모두 게임물 등급심의를 받고 이를 운영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T스토어'의 경우 어플리케이션 등록자가 게임 심의를 받게 하고, 등록필증을 제출할 경우 게임물을 등록시켜 준다.
해외 어플리케이션을 다수 들여온 SK커뮤니케이션의 앱스토어는 외국인들이 겪는 등급심의 신청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회사측이 일괄적으로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 신청을 한다. 법망을 피해 운영하는 애플 앱스토어와 국내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자율심의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 대해 게임심의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애플 앱스토어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애플 한국 지사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의 유통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필요한 경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애플 자체 규정이 국내법보다 우선시 되선 안돼 최근 문제가 된 서울버스 위치정보 파문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버스'는 한 고교생이 만들어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의 자기 위치 확인 기능과 연동해 서울 및 경기지역의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고교생은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도 받지 않았으며, 경기도가 만들어 놓은 정보시스템을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이용했다. 비영리를 위한 공익적 어플리케이션이긴 하지만 분명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 수위 조정 및 관련 법 보완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어플리케이션 뿐 아니라 아이폰 기기의 애프터서비스도 한국소비자원의 권고 규정을 어기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산품의 경우 열흘 이내에 고장날 때는 새 제품으로 교환 또는 구입한 가격으로 환불, 한달 이내엔 제품교환을 권고한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 고장시 중고품 가운데 하자가 없는 부품을 모아 재조립한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정책을 편다. 새 아이폰을 사고 하루만에 문제가 있어 교환 요청을 해도 리퍼비시 제품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한 전문가의 지적대로 "애플사의 자체 규정이 국내 규정보다 우선"인 셈이다.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법이 현실을 못따라가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내서 사업을 한다면 현행 국내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외국계 회사 건, 국내 회사 건 똑같은 국내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